안 대표가 이날 결과 공개 6시간이 지나서야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도 충격의 깊이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한 핵심 관계자는 “두 가지 경우의 수를 대비해 시나리오를 짜긴 했지만, 실제 이런 상황이 현실화되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며 “그야말로 멘붕 상태”라고 토로했다.
앞서 당에서 비공식적으로 실시했던 시뮬레이션에서 당원투표의 경우 10% 포인트, 일반국민 여론조사는 20% 포인트 가량씩 ‘무공천’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천 U턴론’을 미리 예상하지 못했다면 지도부의 ‘전략 미스’ 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안이하게 결과를 낙관한 채 ‘도박’에 가까운 승부수를 던졌다는 것이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 문항 설계를 두고 공천 찬성 쪽에 유리하게 적용됐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공천을 주장하는 친노(친노무현)계 의원들이 문자로 투표를 독려하기도 해 이상기류를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 당 일각에서는 이날 조사결과 공개 후 한때 ‘당직자 사퇴설’ 등 문책론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절차적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면돌파 승부수였다는 지도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당 일각에서는 당원·일반국민 여론조사 카드 자체가 ‘회군’을 위한 출구 전략 차원에서 추진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무공천을 지켜내려는 의지가 얼마나 있었느냐는 회의론인 셈이다.
실제 지도부 일각에선 이번 조사를 안 대표 신임문제와 연계하자는 주장도 한때 제기됐으나 채택되진 않았다고 한다. 한 핵심인사는 “무공천을 관철하려면 직을 거는 비장함으로 배수진을 쳤어야 한다”며 이처럼 ‘결기’를 보이지 않은 데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애당초 굴러들어온 돌 신세인 안 대표로선 ‘공천’을 주장하는 당내 박힌 돌들의 저항을 뚫고 ‘무공천’ 소신을 밀어붙이기엔 버거운 상황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무공천으로 지방선거를 치렀다가 패배할 경우 두 대표 모두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처지였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인 제 신념이 당에 강요되는 독선이 돼선 안 된다”는 말로 심정을 토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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