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고공행진 ‘별에서 온 그대’ 속 트렌디 드라마 흥행 공식을 찾아라
수정 2014-01-07 09:25
입력 2014-01-07 00:00
장르 더하고 거리감 빼고 예능 곱하기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의 열기가 뜨겁다. 주 중 미니시리즈가 시청률 20%를 넘기기 힘든 분위기에서 6회 만에 24.5%를 기록했다. 한류스타 전지현과 김수현의 조합, 외계인과 톱스타의 사랑이라는 판타지가 ‘별그대’의 인기 요인으로 꼽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별그대’에는 최근 트렌디 드라마에 흥행 공식으로 자리 잡은 요소들이 빠짐없이 담겨 있다.
‘별그대’는 복합장르 드라마 열풍의 정점에 서 있다. 400년 전 조선에 불시착한 외계인과 톱스타의 사랑으로 판타지 로맨스의 틀을 갖춘 데다 매회 코믹 에피소드들이 쏟아진다. 톱스타 천송이(전지현)의 일상을 통해 연예계 뒷이야기를 훔쳐볼 수 있고, 재경(신성록)의 연쇄살인과 검사 유석(오상진)의 추적이 시작되면서 미스터리극의 긴장감도 더해졌다. 신입사원 휘경(박해진)은 직장 드라마 속 코믹 요소를, 그를 짝사랑하는 세미(유인나)는 삼각멜로를 이끌고 있다. 외계인 도민준(김수현)이 400년 전을 회상할 때는 사극으로 전환된다. ‘하이브리드’ 수준의 장르 만찬이다.
최근 드라마에서 중시되고 있는 ‘디테일’도 충실하다. tvN ‘응답하라’ 시리즈가 소품과 음악, 설정 등 1990년대를 복기하는 세밀한 디테일을 선보이며 화제가 되는 동안 KBS ‘총리와 나’와 ‘예쁜 남자’ 등 비현실적인 설정을 바탕에 둔 드라마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별그대’는 판타지에 가까운 러브 스토리에 대한 시청자들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사실감 있는 장면과 대사를 십분 활용한다.



‘별그대’는 한편으론 ‘예능 같은 드라마’다.
다른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넘나들며 재미있는 대사를 뽑아내는 솜씨는 예능의 문법에 가깝다.
“북한에서 왔니?”(‘은밀하게 위대하게’에 출연했던 김수현에게), “넌 얼굴이 딱 아나운서 얼굴이다.”(아나운서 출신인 오상진에게) 같은 대사들이 넘쳐 난다. ‘엽기적인 그녀’, ‘해를 품은 달’ 등 배우들의 이전 작품을 패러디하기도 한다.
드라마와 예능의 접목은 예능 작가들의 드라마 진출과 맞물린 추세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이우정 작가, ‘너목들’의 박혜련 작가, tvN ‘나인’의 송재정 작가 등은 기존 드라마와 차별화된 캐릭터와 에피소드, 구성으로 방송가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드라마에 버무려진 예능의 코믹 요소는 인터넷에 올라온 1~2분 분량의 클립을 통해 장면별 웃음 포인트에 주목하는 시청자들의 성향과 맞아떨어진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14-01-0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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