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년의 그리움, 내 딸 미요코… 회한에 사무친 父情
수정 2013-07-25 00:04
입력 2013-07-25 00:00
25일밤 KBS1 파노라마… 재일 학도의용군 김운태씨의 눈물
1950년 9월 김운태씨가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했을 때 일본에서는 일본인 아내와 두 살짜리 딸 미요코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씨는 학도의용군이었다.
KBS 제공
그해 12월 미군과 함께 일본으로 돌아간 그는 이듬해 3월 다시 한 번 모국의 전쟁터로 향했다. 아내와 딸을 본 것은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수십 통의 편지를 보냈지만 가닿지 않았다. 산달을 기다리던 만삭의 아내가 아이를 낳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김씨는 일본에 돌아가지 못했다. 그리고 62년이 지났다.
김씨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642명의 재일 동포 청년 중 한 명이었다. 고향에 대한 기억은 희미했지만 나라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은 결코 작지 않았다. 일본의 미군 기지에서 3일간 훈련을 받고 바다를 건넜다. 대가는 혹독했다. 135명이 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242명은 일본의 재입국 거부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들은 연고도 없이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모국에 남겨졌다.
김씨는 재혼을 했다. 새로 가정을 꾸렸다는 미안함에 생활고가 겹쳐 일본의 가족은 찾지 못했다. 남은 것이라곤 미요코의 흑백 사진뿐이었다.
지난 4월 김씨는 일본 민단의 초청으로 미요코를 찾아 나섰다. 그가 살던 니가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의 기록은 남아 있지 않았다. 생년월일로 미요코의 정보를 조회하려고 해도 자격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김씨는 크게 낙담했다.
김씨를 비롯한 재일 학도의용군의 사연은 지난 6월 초 KBS 1TV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소개됐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방송을 보고 김씨의 사연을 취재해 보도했다. 한 달 뒤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자신을 미요코라고 밝힌 여성이 아사히신문사에 찾아온 것이다.
그 여성은 김씨가 꿈에도 그리워한 딸이 맞을까. ‘아빠’라고 부르는 미요코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 것이 소원이라는 김씨의 사연은 25일 밤 10시 KBS 1TV 파노라마 ‘63년의 그리움, 내 딸 미요코’ 편에서 방송된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2013-07-25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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